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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등 법에 근거해 사업주를 처벌하는 방식의 정책을 실시해 왔지만, 산업 재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엄벌 만능주의’에 기반한 정책보다 산재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더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문화일보에서 진행된 산업안전 관련 좌담회에서 현재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중처법 등 산업 안전 관련 법안에 대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혼 자체를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거나 이혼할 경우 벌칙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이 같은 대책을 실시할 경우 결혼마저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 제정, 산안법 개정 이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20~30%가량 감소했어야 하는데 그만큼 줄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중대재해를 늘린 쪽으로 법의 효과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처벌 위주의 대책이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교수는 “중처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법 시행에 따른 예측가능성, 이행가능성이 현저히 결여돼 실제 예방조치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수사 기관이 원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 원인이 경영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형사처벌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숨기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책 마련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경우 중처법에 따른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 중처법을 이행한 비율이 5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재 예방을 위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공동 책임이 중요하다는 언급도 나왔다. 임 본부장은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려고 해도 근로자들이 CCTV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출처: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