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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행위가 근로계약 기간 종료에 따른 법적분쟁 방지 목적에서 이루지고,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었으므로,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 공포 : 2025-10-16 2025다204730
☞ 사건이름 : 손해배상 청구의 소
☞ 원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24.12.12. 선고 2024나49834 판결
【요 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복제, 방송, 배포 등이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더라도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대법원 2009.9.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하여 상대방 대화의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녹음행위가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또는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 원고는 피고 1(회사)과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1의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 1의 직원인 피고 3이 원고에게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내용을 녹음하였음(이하 ‘이 사건 녹음행위). 이에 원고는 이 사건 녹음행위가 원고의 음성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1(회사), 피고 2(피고 1의 대표이사), 피고 3(피고 회사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임.
원심은, 이 사건 녹음행위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것이 아니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 3이 원고와의 대화를 녹음함에 있어 원고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거나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였다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고, 이 사건 녹음행위는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에 따른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져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며,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었으므로,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
【당사자】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 주식회사 외 2인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 주식회사(이하 ‘피고 1 회사’라 한다)는 집합투자증권의 판매업무, 투자자문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 2는 2022.6.28.부터 2023.7.13.까지 피고 1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며, 피고 3은 피고 1 회사의 본사 마케팅부서장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피고 1 회사는 2021.1.경 부산 및 경남 지역 고객들에 대한 집합투자증권 등의 오프라인 판매 등을 위하여 부산 지역에 ‘△△△’ 영업소(이하 ‘이 사건 영업소’라 한다)를 설치하였다.
다. 원고는 2020.9.4. 피고 1 회사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이 사건 영업소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피고 1 회사와 여러 차례 유사한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021.10.20. 피고 1 회사와 근로계약기간을 2021.10.20.부터 2022.7.31.까지로, 근무장소를 이 사건 영업소로 정하여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 3은 2022.7.22. 원고에게 2022.8.31.부터 이 사건 영업소를 폐점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통지하면서 원고와 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마. 피고 3은 2022.7.22. 14:13경 이 사건 영업소 사무실에서 원고, 소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 내용 일체를 녹음하였고, 2022.7.22. 14:35경 다시 원고, 소외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와의 대화 내용 일체를 녹음하였다(이하 위 각 녹음행위를 ‘이 사건 녹음행위’라 한다).
2.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원심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피고 1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복제, 방송, 배포 등이 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음성을 녹음하거나, 녹음한 음성을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음성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민사소송에서 대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더라도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대법원 2009.9.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실체적 진실 보존 또는 자기 방어를 위하여 상대방 대화의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러한 녹음행위가 음성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명시적인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을 하는 등 침해방법이 부당한 경우, 또는 녹음행위 자체는 부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녹음한 음성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방송,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필요성, 상대방이 입게 되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성이 인정되면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나. 원심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녹음행위는 원고가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음성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1) 이 사건 녹음행위는 피고 3이 원고에게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피고 1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는 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피고 3이 녹음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명시적으로 녹음하면 안 된다는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기망 또는 협박하여 녹음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2) 이 사건 녹음행위를 통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영업소 폐점에 관한 원고의 반응을 확인하여 원고가 실제로 피고 1 회사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여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원고와 피고 3의 대화 내용은 근로계약 기간의 종료를 통지하면서 갱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취지에 불과하고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원고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다.
3) 피고들은 이 사건 녹음행위로 인한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원고와 체결된 근로계약에 관한 법적 분쟁과 관련하여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하였을 뿐이고, 그 밖에 이를 다른 목적으로 방송,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들은 원고와의 분쟁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고, 공적 판단기관인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성격과 판단 절차에 비추어 이러한 녹음파일 등의 제출로 인하여 원고가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정도는 수인할 수 있는 정도로 보인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